……종종 뉴스에서 잃어버린 별의 이야기를 듣는다.
S 0196년, 우주에서의 세 번째 세기를 앞둔 이제 지구란 다소 낡은, 그리고 거대한 유물이다. 사람이 살기 어렵게 된 지구를 두고 인류는 화성 궤도의 콜로니로 이주했고, 이제는 콜로니에서 가장 오래 산 비행사조차도 지구에서의 삶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우주에서 태어난 이들은 콜로니에 난 창으로 지구를 바라본다. 최근의 방송은 지구 탐사대의 소식을 전하는 일이 잦아졌다. 6년 전, S 0190년부터 콜로니는 지속적으로 외우주 탐사대의 일부를 지구 탐사대로 전환, 파견하기 시작했다. 많은 것들이 발견되었다. 그 모든 것들이 필요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현재 콜로니에서 가장 소란한 화제는 단연 루실린이 대량 발견되었다는 사실이다. 5차 실험을 마치고 모두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던 물질이 대량으로 다시 콜로니에 들어오자, 전문가들은 향후 프라임 실험에 대한 낙관적인 의견을 즉각 내놓았다. 프라임이 필요한 두 섹터 간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지금 이 시간에도 폐쇄된 콜로니의 곳곳에 있을 프라임들: 제복을 입은 젊은이들, 콜로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 누구보다 유용한 인력들. 이 이능력자들은 포기하기에는 지나치게 매력적인 전력이자, 강력한 자원이다.
현재 올림프는 프라임의 특권계층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그들은 프라임이 이 콜로니의 전반적인 삶에 기여하고 있는 바, 프라임의 수가 증가하는 것은 콜로니 전체에 확실한 이득이 될 것이며, 5차 실험 출생 프라임들의 사후를 대비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올림프 측의 인사들은 “이 인류가 프라임이 출생한 것과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우주에 정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능력을 지닌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의 삶이 전혀 다른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외우주 탐사, 지구 환경에의 재적응, 어떤 미래를 고려하더라도, 프라임의 존재는 인류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네베사는 프라임이 소수로 남아 있는 것이 옳다는 입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은 프라임의 능력이 ‘이능력’으로 명명된 본질적 이유를 지적한다. 프라임이 가진 능력이란 현재의 과학 기술로는 완벽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통제 범위 밖의 ‘이능력’으로, 질서를 유지하는 중립의 위치에서 특별한 사례로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네베사는 프라임 실험의 확산에 따르는 존엄성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다. 현재 프라임은 람파스 소속으로 간주되며, 콜로니에 헌신할 것을 요구받는 대신 각종 지원 제도 및 혜택의 수혜 대상이 되는데, 이와 같은 인구가 폭증할 경우 더 이상 이들 삶의 질을 콜로니 차원에서 보장하기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우주에의 적응을 돕기 위한 것이라면 기계공학 역시 충분히 제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갈등은 첨예하고, 어제의 람파스 회의에서도 두 섹터의 대변인은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듯 보인다. 두 섹터는 더이상 프라임을 특정 섹터의 편으로 포섭하려는 시도를 숨기지 않는다. 분란의 기미가 이곳저곳에서 포착된다.
……나는 그 때를 떠올린다. S0189년의 1월을. 마지막 실험으로 태어난 마지막 프라임들이 아직 콜로니의 체스 판 위로 내몰리기 전의 겨울을. 람파스 프라임 사관학교의 로비를. 훈련실을. 막 훈련을 마친 생도들이 건물 밖으로 걸어나올 때 아직 앳된 얼굴에는 채 숨기지 못한 것들이 묻어 있었다. 벽을 두드리는 소음이 미숙했다. 정제되지 않은 언어들은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그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오직 정해진 궤도 위에서만 걸었고…… 푸른 별 앞에서 지샌 밤, 그리고 7년이 흘렀다.
람파스가 폐쇄될 것이라는 소문이 연구원들 사이에 자자하다.
우리는 세기말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